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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야기

길냥이 입양기 5

by gardengrace 2023. 9. 30.

지난 봄부터 밥을 먹으러 오던 페퍼를 결국 입양하였다.
인연인가 보다.

다른 냥이들은 밥만 먹고 도망가기 일쑤여서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페퍼는 처음부터 친근하게 다가왔고 때론 퇴근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던 녀석을 현관앞에서 키우기로 하고 집과 밥자리를 마련해 주었더니 떠나지 않고 머물렀다.


어느날 밤 싸우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페퍼가 없었다. 씨씨티비를 확인했더니 사납게 달려드는 낯선 고양이에게 쫒겨 달아나는 것이 보였다.
다음날 아침에 페퍼는 아무리 불러도 나타나지 않았다.  해질무렵 온동네를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녔는데 찾지를 못했다.
속상한 마음에 다시 돌아오면 집으로 들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녀석은 다음날 아침 나타나서는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계속 이름을 불러주며 쓰다듬어 주었다.
해가지고 어둑해지는데 문을 살짝 열어놓으니 별 경계없이 집으로 들어왔다.
문을 닫아도 당황하지 않고 집안을 돌아다녔다.
문제는 우리집냥이들이었다. 하악질을 하고 괴성을 지르며 못마땅해 했다.


겁먹은 페퍼는 우리집 냥이들 들낙거리라고 틈을 내논 싱크대밑으로 숨어들었다.
깊숙히 들어가지는 않고 입구에 얼굴을 내밀고 동정을 살피다 곤히 잠들었다.


마치 이제야 집에 온듯한 편안함으로 잠이든 녀석 앞에 잠자리를 펴고 나도 누웠다.

나에게 먼저 다가와 한걸음씩 나의 삶속으로 들어온 페퍼
만난지 반년만에 우리는 비로소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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