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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5

길냥이vs집냥이 이사 온 이후로 집 뒤쪽에 길냥이 밥자리를 마련해서 밥을 주고 있는데 지난 봄부터 퇴근 시간에 맞춰 내가 오기를 기다리는 녀석이 있었다. 말을 걸듯 야옹거리며 애교 섞인 몸짓을 하는 녀석은 자세히 보니 꼬리가 말려있었다. 꼬리가 말린 상태로는 야생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다른냥이들보다 신경이 더 쓰였다. 여름동안 보이질 않아서 걱정을 하던 차에 녀석이 나타났다. 밥자리에 밥이 늘 가득차 있었는데 비쩍 마른 걸 보니 어디가 아픈건 아닌지 마음이 쓰인다. 아침 저녁으로 내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녀석에게 정이 가서 '페퍼'라고 이름지어 주었다. 녀석도 밥을 먹고 돌아가지 않고 바닥에 뒹굴며 애교를 떠는 모습이 더 안쓰러워서 편하게 와서 밥도 먹고 우리집 정원을 집 삼아 살았으면 싶은데 .. 2023. 9. 1.
길냥이 입양기 4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가 참으로 연약하고 또 사랑스런 생명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집 고양이들을 데리고 온 상가의 편의점 주인은 상가 주변의 고양이를 돌보고 먹이신다. 겨울엔 전기장판을 깔아 주고 밥도 집에 있는 고양이들이랑 똑같이 주신다. 집으로 데려 간 두 마리의 고양이가 사랑스러워 질수록 길에 사는 아이들에게 마음이 더 쓰이게 된다고 하셨다. 나 또한 이사한 집 한 구석에 길냥이들 밥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도시의 고양이들은 캣맘이 있어서 그나마 허기를 달랠 수 있는데 시골에 사는 고양이들은 겨울이 오면 처절한 삶을 살아 내야 한다. 먹을 것을 구할 수도 없고 아파트 지하실 처럼 겨울을 날 공간도 없다. 오롯이 추위와 배고픔에 내동댕이 쳐진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슬프기 까지 하다. 그래서 허기라.. 2023. 6. 9.
길냥이 입양기3 가족들이 모두 집에 있는 주말을 이용해서 아이들을 정원에 풀어 놓기로 했다. 처음엔 막상 문이 열렸는데도 주저하며 나가지를 못했다. 코코가 먼저 냄새를 맡으며 나가자 키키가 뒤를 따라갔다. 키키는 상가 지하실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젖을 떼고 우리 집에 왔으니 난생 처음 경험하는 바깥이었다. 겁이 나는지 멀리 나가지 못하고 데크만 오르락 내리락 했다. 반면에 밖에서 좀 놀아 본 코코는 신이나서 나무에 오르고 뛰어 다녔다. 멀리 가지 않기를 바랬지만 코코는 우려했던 대로 어디론가 사라져 돌아오지 않았다. 해가 저무는 데도 돌아 오지 않아서 가족들이 코코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 다녔다. 어두워지니 겁이 났다. 이대로 정말 안 오면 어쩌지 ? 그래도 이제는 가족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야생으로 돌아가 버린 걸까? .. 2023. 6. 7.
길냥이 입양기 2 키키는 처음부터 정말 내가 엄마인것 처럼 따랐다. 어느날 눈을 떠보니 조그만 녀석이 내 머리맡에 와서 자고 있었다.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또 사랑을 주고 하며 우리는 가족이 되어 갔다. 이사를 가려고 하니 코코를 어떻게 케이지에 넣을 지가 모두의 고민이 되었다. 경계가 심한 코코는 그나마 남편과 친해졌지만 간식을 받아 먹으면서도 만지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남편이 잡았다 놓치기를 반복하며 손에 부상을 입은 끝에 케이지에 넣을 수 있었다. 전쟁을 치르고 새로운 보금자리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아들방에서 며칠 지내게 하며 적응을 시켰다. 이 주일 정도는 이층 공간에서만 생활하게 하기로 한 것이다. 낯설지만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들은 여기저기 탐색을 하고 다녔다. 이내 적응을 하고 제 집.. 2023.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