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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라이프

메리골드꽃차를 마시며

by gardengrace 2023. 9. 1.

이사 온 첫해 처음으로 우리 집에 만개한 꽃은 메리골드였다.


친정어머니가 받아두신 씨앗을 봄에 심고 모종을 만들어서 집안 구석구석 심었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집을 화사하게 해 주었고 무엇보다 집 주위에 잡풀이 많아 뱀이 가끔 출몰하는데 뱀이 싫어하는 꽃이라하니 왠지 보호 받는 느낌이었다.
특유의 향때문에 뱀뿐만아니라 해충들도 싫어해서 텃밭에 심어 놓으면 벌레를 쫒을 수도 있다.

누군가 메리골드가 눈에 좋다고 해서 차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꽃을 따서 식초물에 담궜다가 살짝 쪄서 건조기에 말리는 일을 즐기며 가을을 보냈다.
꽃이 마르는 동안 온 집에 퍼지는 은은한 꽃향이 너무 좋았다.  그 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메리골드의 향을 좋아한다.

올해는  게으름을 피우다 모종을 내는 시기를 놓쳐서 꽃집에서 사다 심었더니 양이 많지가 않아 차를 만들만큼 수확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래도 날이 선선해지니 꽃을 땃다. 가을을 맞이하는 나만의 의식같은 것이다.


오래되지 않은 막 피어오른 꽃으로 차를 만들어야 신선하고 향도 좋다.


식초물에 오분정도 담궜다가 헹궈서 찜기에 2분정도 쪄낸다.
건조기에 넣고 바스락 거릴 때까지 말려서 소독한병에 담아두면 날이 추워질 수록 더 손이가는 향긋한 차가 완성된다.


가을마다 꽃차를 넉넉히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했더니 은근히 기다리는 사람도 생겼다.
올해는 우리 가족 마실 차도 못 만들것 같아서 게으른 봄이 후회막급이다.  내년을 기약하며 꽃씨나 잘 받아두는 수밖에

겨울밤 구운고구마와 함께 지난가을의 향기를 마시는 것은 남편의 소소한 행복이기도 하다.